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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일보 법조칼럼] 선한 사마리아인 되기

■ 백상렬 변호사

“잡아가불든지 맘대로 해부쑈. 뚝. (삐삐삐)” 최근 피해금액만도 2억원이 넘는 사기 사건의 중요 참고인에게 그 출석을 요청하는 전화를 하였다가 그로부터 직접 들은 마지막 말이다.

참고인이라 하면 수사기관에서 조사를 받는 사람 중 피의자 즉 범죄의 혐의가 있다고 판단되어 조사를 받는 사람 이외의 사람으로서 자신이 경험한 사실 등에 관하여 진술을 하는 사람을 말하고, 그 대표적인 경우가 흔히들 얘기하는 목격자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당사자들의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되고, 그에 관한 다른 객관적인 자료가 없을 경우 혐의 판단의 가장 유력한 자료가 되는 것이 바로 참고인의 진술이다.

그런데 참고인이 그 출석을 거부할 경우 수사기관에서는 어떠한 조치를 취할 수 있을까? 불행히도 우리 법은 그에 관한 아무런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하여 중요 참고인이 출석을 거부하고 소환조사하지 못함으로써 사건의 실체를 밝히지 못한 경우가 적지 않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범죄는 자신과는 무관한 것으로서 자신은 그로부터 자유로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저한테 이런 일이 생길 줄은 몰랐어요”라는 보험업계의 광고 문구를 굳이 들지 않더라도 사람들은 흔히들 사고나 재난 등이 자신에게 일어날 수 없는 것이라는 생각들,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들을 갖고 살아간다. 그런 마음은 범죄에 있어서도 동일할 것이다.

그런데 과연 그럴까? 절대 그럴 수 없다. 우리가 사회생활을 하는 이상은 결코 범죄로부터 자유스러울 수 없고, 오히려 늘 범죄에 노출되어 있다고 보는 것이 더 자연스러울 것이다. 바꾸어 말하면 우리는 늘 범죄의 피해자가 될 수도, 또 가해자로 지목될 수도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것일텐데, 그러한 경우에 그 경위나 상황을 잘 알고 있는 참고인이 그에 관한 진술을 거부할 경우는 어떻게 될까?

물론 당사자들 진술의 신빙성만으로도 진실을 판단할 수 있는 사건들이 있겠지만 불행히도 대부분의 사건은 우리 사회만큼이나 매우 복잡하게 얽혀 있고, 나름대로의 사연을 갖고 있다.

그런데도 자기의 일이 아니므로 번거롭고 불편하다는 이유로 그 사정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협조하지 않는다면 사실관계 규명이 영원히 불가능하거나 사실과는 다른 결정이 내려질 가능성 또한 있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선량한 국민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그렇다면 결국 수사기관에서 참고인으로 진술하는 것은 자기 자신을 위한 것으로서 사회의 공통된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사회통합과정의 일환으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개인과 가족의 불확실한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보험을 드는 것처럼 일종의 사회적 보험에 가입하는 것으로 말이다.

나아가 고대 이스라엘 시기의 이민족인 사마리아인이 다른 부족들이 외면하는 강도 피해자를 구해주었다는 얘기에서 기원한 것으로서, 일반인의 구조행위를 장려하기 위해 자신에게 피해가 없음에도 구조행위를 의도적으로 회피하는 사람을 처벌하는 법인 ‘선한 사마리아법’까지는 아니라 하더라도, ‘중요참고인 출석의무제’와 같은 진실 발견을 위한 제도의 도입이 조속히 이루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백상렬〈광주지방검찰청 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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